채비장례

장례 후기

2021.06.25 00:00

[채비추모장례 이야기] 꽃보다 추모

  • 최고관리자 20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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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추모 장례를 치르겠다는 가족이 우리 조합에 연락을 했다. 두 분은 남매였는데 아버지의 장례를 깊이 추모하며 보내고 싶다고 했다. 조의금과 근조화를 받지 않겠다고도 했다. 근조화와 조의금을 받지 않으면 문상객의 애도 행위를 차단하는 일 일 수도 있어 유족 입장에서도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형식화된 조의금과 근조화로 문상객들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두 남매의 결심은 굳건해 보였다.

장례 첫날 저녁에 유족들은 추모식 영상을 만드는데 필요한 아버지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서로 모았다. 사진을 모으고 올리는 동안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렸을 것이다. 고인의 딸이 조문보에 실을 아버지의 생애사를 간단히 썼다. 전에 고인을 뵌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글을 읽으면서 고인을 충분히 추모할 수 있을 정도였다.

둘째 날 아침 일찍 공간채비에는 빈소가 설치되고, 고인의 영정이 놓였다. 여행지에서 멋진 모자를 쓰시고 밝게 웃고 계신다. 가족들이 제일 좋아하는 아버지 모습이었다. 크고 작은 촛불과 아름다운 꽃으로 제단은 풍성해졌다. 가족들은 유품을 전시했다. 고인의 손때가 묻은 오래된 작은 유품들이 추모식장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오래된 통장과 자격증들이 고인이 가족을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말해주었다. 고인의 아들은 유품을 전시하며 아이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처음 마음먹은 것처럼 유족은 근조화와 조의금을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사양했다. 문상객들은 조문 후에 조문보를 읽고 고인의 생애를 살펴본 후에 메모리얼포스트에 고인에 대한 아름다운 인사를 적었다. 식사가 없었지만 아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문상객들은 참 낯설고 특별한 장례식을 접하고, 장례지도사와 추모 플래너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며 깊은 생각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 같았다.

저녁이 되어 가족들과 몇몇 친지와 지인들이 남아서 추모식을 시작했다. 헌화와 묵념으로 시작했다. 분위기는 엄숙하고 진지했다. 고인 추모영상이 그야말로 영화 시네마천국의 필름처럼 아련하게 지나갔다. 자녀들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관한 소중한 추억들을 꺼내 놓고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했다. 그 자리에서 가장 힘겨웠을 사람은 아내인 어머니였을 텐데 어머니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유족도 메모리얼포스트를 썼고, 다음 날 입관할 때 고인의 품에 넣어드렸다. 추모식이 끝나고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가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가족들은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며 위로하였다.

4월 말에 있었던 추모식은 처음으로 치른 1일 가족장이었기 때문에 사무국에서 한동안 회자되었다. 추모장례를 하려는 유족의 결심이나, 장례 기간 동안 유족이 보여준 인격적인 모습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유족은 우리 조합을 향해서 ‘복을 짓는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조의금과 근조화보다는 아버지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일에 더 집중하고 싶었던 가족이 만들어 놓은 기억의 공간 속에서 아버지는 여전히 살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신비로운 생각을 해본다.

전승욱 | 채비장례 추모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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