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번 행사의 기획은 모의 추모식이었다. 채비 추모식의 구조와 의례 요소를 교육 목적으로 시연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마침 참가자인 기린 선생님의 어머니, 故 백○○님의 1주기가 이날과 가까운 시점이었다.
오전에는 강의로 시작했다. 강의는 내 웃는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되었다. "이게 제 영정사진입니다."라는 말에 참가자들은 놀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장례는 엄숙할 필요가 없다. 장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인이 남은 이들의 공동체 안에서 **"기억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가 함께 품앗이로 치르던 전통적인 장례는 조의금, 근조화, 형식적인 조문으로 대체되면서, 정작 고인의 존재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채비는 고인을 다시 장례의 중심으로 불러오는 운동이다.
강의 후에는 조문보 작성 실습이 이어졌다. 한 참가자가 어머니를 대상으로 생애사를 작성하다가 빈칸을 채우지 못하겠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직 살아 계신 어머니를 그 형식 안에 넣는 일이 감당이 안 되었던 것이다. 죽음을 직면하는 일은 자연스러우면서도 피해 갈 수 없는 일이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점심 후, 추모식이 시작되었다. 참석한 25명 중 대부분은 故 백○○님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조문보가 낭독되자 고인의 삶이 말로써 살아났다.
이어서 추모 영상이 상영되었고, 기린 선생님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살아 계실 때 더 잘해드리지 못했다"는 회한과 "더 다정한 딸이 되지 못했다"는 절절한 마음이 모두의 가슴을 적셨다. 고인을 모르던 25명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
메모리얼 테이블에 놓인 고인의 유품들은 한 사람의 삶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노래를 추모송으로 함께 부르기도 했다. 어머니는 유명한 젊은 트로트 가수의 노래를 좋아하셨고, 언젠가 따님과 함께 콘서트에 다녀온 뒤 "한참 젊어진 기분이 든다"고 말씀하셨다는 일화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한 참가자는 "우리 엄마는 무슨 노래를 좋아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반응은 채비 강의 현장에서 자주 확인되는 공통된 경험이다.
추모식의 마지막은 허깅(Hugging)으로 마무리되었다. 헌화를 마친 후 줄을 지어 서로를 안아주었다. 낯설지 않은 순간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서로를 안아주는 그 경험은 언어를 초월한 위로였다.
추모식을 마칠 무렵, 한 참가자가 질문했다.
"제사가 사라진 지금, 추모식은 제사를 대체하는 애도의 방식이 아닐까요?"
맞는 말이다. 추모식은 제사가 담았던 기억, 관계의 확인, 공동체의 재결속을 살아 있는 사람 중심으로 재구성한 의례다. 이날 나이듦연구소의 25명이 이를 몸소 증명해 보였다.
故 백○○ 어머님, 기억하겠습니다.
그날 강의 현장에는 채비 플래너 1기 졸업생이신 이○○ 선생님께서도 함께해주셔서 애도에 관한 귀한 말씀을 나누어주셨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꽤 오랜만에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교우를 만나기도 했다.
죽음은 삶의 끝이지만, 최근의 경험을 돌아보면 삶과 죽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도 연결해준다. 나이듦연구소는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는 소중한 공동체다.
앞으로 채비가 이러한 깊이 있는 사유를 잘 공유받아, 더 많은 의미 있는 장례 현장을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