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장례

장례 후기

2026.08.11 00:00

[채비추모장례 이야기] 나를 위한 채비장례

  • 최고관리자 2026-08-11
  • 667
    0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막바지에 채비장례가 공간채비에서 열렸다.

​

오랜 동안 조합원으로 지내오다 어머니의 임종을 맞이해서 공간채비를 찾았다. 몇 차례 사전 상담을 통해 서로 잘 알고 있었다.

유족은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초청한 조문객은 세 사람이었다. 그런데 8시간 동안 하루 빈소를 차렸다. 물론 이런 경우 평균 70여 명으로 조문객을 제한하고 있기는 하지만, 하루 빈소에 세 사람이라니!

​

4시간만 빈소를 열어도 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사항을 이미 알고 있었다.

​

“나를 위한 겁니다.”

​

지원자로 참여해 있던 나와 채비플래너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채비장례가 장례식장 장례에 비해서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이긴 한데, 내가 생각할 때는 낭비다 싶었다.

​

그러나, “나를 위한 것입니다.”라는 그 한 마디를 듣자마자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더 질문할 필요가 없었다.

​

“네 맞습니다. 오늘 이 시간과 이 공간을 오롯이 선생님을 위해서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

그 자리에서 그의 삶의 여정에 대해서 한참 듣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에 관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는 참 고단하고 애틋한 삶을 살았다. 아들은 내내 그것이 마음 아팠다. 본인도 어려운 상황에서 불굴의 투지로 살아내려고 무던히 애썼는데, 그는 어머니의 고단함이 애틋했다.

​

우리는 한참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채비플래너는 종사자이면서 어쩌면 친구가 되고, 조문객이 되어 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

최근에 무빈소가 20~30%에 이른다고 한다. 다들 그것이 비용과 절차 때문일 거라고 해석한다. 상당히 맞을 거다.

​

그러나, 이면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상실이 행사 그 자체일 수는 없다는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고단하고 애틋한 삶을 살았던 나와 어머니를 위한 시간과 공간’ 누군가 그것을 만들어달라는 절규처럼 들린다.

채비플래너는 그런 일을 하면 좋겠다. 그런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채비플래너로 더 많이 모여들었으면 좋겠다.

​

어디라도 살던 곳이 공간채비가 되고, 내 친구와 이웃들이 채비플래너가 되어 “당신과 당신의 어머니를 위한 애틋한 장례식”을 만들면 좋겠다.

심야에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를 배웅하며 중얼거렸다.

​

​

전승욱 채비플래너

(채비플래너 선경희, 서정배님 함께)


 

  • 공유링크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