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장례
매주 같은 시간에 문을 두드리던 집이 있습니다. 어느 날 그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어제까지 식사를 챙기고 손을 잡아 드리던 분의 소식을, 한참이 지나서야 전해 들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생활지원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사회복지사는 돌봄대상자의 마지막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괜찮으세요?" 하고 묻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가족은 아니지만, 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날을 함께 보낸 사람들입니다.
그 슬픔은 대개 '업무'라는 말 아래 묻히고, 다음 대상자가 배정되면 새로운 일상이 다시 돌아갑니다. 슬픔을 꺼내 놓을 자리가 없는 상실, 학자들은 이를 '인정받지 못한 슬픔이라 부릅니다.
광진주민연대 소모임 '나비랑'은 2024년부터 돌봄종사자가 중심이 돼 한 달에 한 번 ‘데스카페’를 열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돌봄 종사자와 대상자의 마무리에 대해 생각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다 주민연대의 추모식을 준비했고, 주간돌봄센터 이용자가 무연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 마지막을 추모식으로 챙겨 보냈습니다.
그 경험은 질문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나는 어떻게 떠날까’에서 ‘돌봄은 왜 임종 앞에서 멈추는가’로 넘어간 것입니다. 이제 나비랑은 임종돌봄과 공영장례 제도를 바꾸는 활동까지 하고 있습니다.
11월 10일 저녁 6시, 나비랑이 광진의 활동가, 연구자와 함께 작은포럼을 엽니다.
돌봄종사자 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연구자가 방향을 제시하며, 현장 활동가가 직접 겪은 죽음과 상실을 나눕니다. 그리고 함께 묻습니다. 임종돌봄의 현장에서 돌봄종사자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돌보는 사람이 대상자를 충분히 애도할 수 있어야 돌봄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곁에서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와 주십시오. 작은 포럼이지만, 이 질문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전승욱 채비플래너
나비랑 작은포럼 ‘돌봄종사자의 상실과 애도’
일시: 2026년 11월 10일(화) 저녁 6시~8시
장소: 광진지역자활센터 2층 교육실(서울시 광진구 자활로 247)
대상: 요양보호사,생활지원사,장애인활동지원사,사회복지사 등 돌봄 종사자, 관심 있는 시민
주최: 광진주민연대 나비랑, 광진자활, 도우누리, 한겨레두레협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