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장례
장례 후기
[채비추모장례 이야기] 돌보는 이를 돌보기, ‘임종돌봄 가이드’ 제작 이야기
- 최고관리자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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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우리 조합은 케어누리의 김승호 이사님과 함께 요양보호사를 위한 임종돌봄 가이드를 만들었다. 이 작업은 단순히 매뉴얼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돌봄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깊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과정이었다.
광진주민연대 웰다잉 모임 ‘나비랑’을 하면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여러 번 대화를 나눴다. 현장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큰 상실을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겪고 있었다. 어떤 선생님은 어르신의 임종 후 술로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어떤 선생님은 며칠씩 일을 쉬며 상실감을 견뎌야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생긴다. 돌봄 현장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경험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누적된 상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것이다.
두 가지 문제에 집중했다.
첫째, 임종 현장을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했다.
둘째, 무엇보다 누적되는 상실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작업이 중요했다. 단순히 절차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마음을 돌보는 것이 더 필요했다.
이번 가이드 제작에는 케어누리 김승호 이사님이 기획을 맡았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김혜미 선생님과 ‘슬기씨 돌봄을 부탁해’를 쓰신 이건복 선생님이 자문위원으로 함께했고 집필은 한겨레두레에서 담당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과 함께, 가장 현장에 필요한 매뉴얼을 만들고자 했다.
가이드의 핵심은 임종 현장 긴급대응 절차였다.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한 단계를 제시했다.
상실감으로 힘들어할 때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자기돌봄 방법도 담았다. 임종 과정에 있는 어르신을 돌보는 간단한 지침과 임종을 자연스럽게 준비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고령화 시대, 돌봄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돌봄을 받는 대상자도 중요하지만, 돌보는 종사자 역시 똑같이 중요하다. 이들을 단순한 노동력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좋은 돌봄을 나누는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돌봄의 질은 결국 종사자의 심리적, 육체적 상태에 달려 있다. 종사자들이 돌봄에 대해 깊이 성찰할수록 질 높고 성숙한 돌봄이 가능해진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현장 브랜드 ‘채비’는 무덤에 이르는 복지에서 관련 네트워크에 도움이 되는 동력자의 길을 걷고자 한다. 이 여정이 계속되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조합원의 응원을 부탁드린다. 돌보는 이들을 돌보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미래를 돌보는 일이라고 믿는다.
- 다음글제 장례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