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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 리포트] 상조 협동조합은 무엇이 다를까?
- 2025.05.08 채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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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고령화 사회 진입했지만…
상조업계 불공정 관행 여전
상조시장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3월 말 기준 국내 상조회사는 77개, 상조 가입자 수는 892만 명, 가입자들이 매달 납입하는 선수금(미리 받은 현금)은 9조4486억 원에 달한다. 국민 10명 중 2명이 상조 서비스를 이용 중인 셈이다.
상조시장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인구 급증에 따라 장례서비스에 대한 필요도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몸집에 비해 만족도는 높지 않다. 가입자들이 미리 납입한 선수금을 횡령하거나, 경영 악화를 이유로 예고 없이 폐업 신고를 하는 등의 피해 사례가 지금도 나온다.
고비용도 고질적 문제다. 관, 수의, 상복, 헌화용 국화꽃 같은 각종 장례용품을 비롯해 장례지도사와 의전차량 등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제공하는 상조회사가 적지 않다. 가족을 잃어 경황없는 틈을 비집고 불필요한 용품과 인력을 밀어 넣기도 한다.
이렇듯 지나치게 상업화된 상조업계의 관행을 바꾸고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상조 협동조합’이다.
“상호부조 힘으로 장례문화 바꾸자”
한겨레두레협동조합 2009년 첫발
협동조합기본법 제1장 제2조 정의에 따르면,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들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을 말한다.
이를 대입하면 상조 협동조합은 장례 절차에 필요한 용품과 인력 등을 공동으로 구매해 장례비용을 합리적으로 절감하고, 추모식 장례와 친환경 장례처럼 기존 상조회사가 소위 ‘돈이 안 돼서’ 기피하는 가치지향적인 장례문화를 앞장서 이끄는 사업조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 상조 협동조합의 역사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걸음과 궤를 같이 한다.
2009년 4월 풀뿌리공제운동연구소는 ‘경제를 넘어 공제로: 한국 상조사업의 현황과 대안’을 주제로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상조업계에 만연한 뒷돈(리베이트)과 폭리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동체 장례문화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였다. 뒤이어 2009년 9월 연구소와 한겨레신문사가 의기투합해 협동조합 방식의 상조 시스템을 연구했고, 그 결과로 2010년 2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첫 발을 내디뎠다.
직거래 공동구매로 30~40% 저렴…
장례지도사와 접객관리사도 조합원
타 상조회사와 확연히 구별되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만의 특징을 두 단어로 표현하면 ‘투명’과 ‘정직’이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제공하는 모든 장례용품을 중간 마진 없이 직거래 공동구매해 원가로 제공한다. 그래서 동일한 장례서비스를 기준으로 일반 상조회사보다 가격이 30~40% 저렴하다. 또 미리 정해둔 패키지 상품을 일괄로 제공하는 타 상조회사와 달리, 조합원의 형편이나 장례 규모에 맞춰 사용하지 않은 물품과 인력을 페이백하는 등 합리적으로 맞춤 제공하고 있다.
리베이트도 손절이다. 지금도 상당수 상조회사에선 장례를 연결해준 대가로 장례식장에 뒷돈을 요구하거나, 장례지도사가 제단 꽃 장식 가격을 부풀린 후 꽃집에 알선료를 받아 챙기는 불법이 심심찮다. 상조회사와 장례지도사가 리베이트로 챙긴 뒷돈은 모두 고객의 주머니에서 빼낸 것이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장례지도사와 접객관리사를 채용할 때 조합원을 우선하고 있다. 그래서 직원 대다수가 조합원이고, 일부 비조합원인 경우에도 조합의 원칙인 ‘투명’과 ‘정직’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더 편안하게 모신다는 명목으로 고가 물품을 강요하거나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일은 일절 없다. 혹여 알선 수수료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조합원에게 되돌려준다. 타 상조회사와 비교해 저렴한 가격으로 안심하고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것이다.
조합 운영도 투명하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조합원이 매달 납입하는 조합비의 24%를 조합 운영비로 사용한다. 장례가 발생하면 그간 납입한 조합비 전액을 장례비용으로 사용하고, 탈퇴하는 경우에는 운영비를 제외한 76%를 되돌려준다. 모든 장례비용과 운영 내역은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돈보다 ‘공동체 신뢰’가 더 큰 자산…
추모식·친환경 등 새 장례문화 원동력
상조 협동조합의 출발점은 ‘공동체 장례문화 복원’이다. 상호부조(相互扶助), 즉 공동체 안에서 개인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조 본연의 가치를 되살리는 것이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장례용품 공동구매로 비용을 낮춰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조합원을 직원으로 고용해 폭리 가능성 자체를 없애고, 투명하고 정직한 조합 운영으로 공동체 신뢰의 기반을 쌓아나가고 있다.
이처럼 ‘투명’과 ‘정직’이라는 자산은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추모형 작은 장례, 일회용품 없는 친환경 장례, 성평등 장례, 저소득층 장례지원 등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윤 창출이 최우선인 일반 상조회사와 달리, ‘공동체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는 협동조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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