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논의하고 활동을 준비해오다가 함께 모이니, 자격증을 처음 받았을 때의 기쁨이 새삼 되살아났다.
맨 처음 박○○ 선생님이 도착하셨다. 언제나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과일을 씻고 간식을 준비하셨다. 조직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분이다. 조금 있으니 멤버들이 하나둘 도착해서 '자연스럽게' 함께했다. 스스럼없이 만나고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라는 말이 직관적으로 와 닿았다.
오랜만에 둘러앉아 김밥과 과일을 펼쳐놓고 먹으며 근황을 나누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편한 거지!’
6시를 조금 넘겨 모임이 시작되었다. 근황을 나누던 중 캔디 선생님은 이번에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출간하셨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늘 잊지 말아야 할 성소수자인 선생님의 상실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고○○ 선생님의 깊은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존재가 존재에 이르는 길'도 간단히 소개되었다. 임○○ 선생님은 최근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느꼈던 장례의 급박함과 준비, 잘 보내드린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셨다. 김○○, 선○○, 이○○ 선생님은 채비추모장례식에서 실무자로 경험했던 여러 이야기들과, 16년을 함께 살았던 '딸기'라는 반려견을 보낸 후 어느 아침 문 앞에 걸린 이웃의 메모와 꽃 두 송이 때문에 울었던 이야기를 나누셨다. 심○○ 선생님은 진안에서 어르신들과 유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강의 경험을 들려주셨다.
채비플래너 자격증 과정은 계속된다. 4월부터 부천에서 2기가 시작되어, 이를 주관하는 부천희망재단의 김○○ 선생님 소개 이야기를 들었다.
2기에는 1기 선생님들이 강사, 보조강사로 참여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런 방식으로 계속 연결이 이루어질 것이다.
결국 다들 그렇게 두려워하던 기장 선출이 있었다. 갑자기 추천받았지만 마치 준비된 인재 같은 이○○ 선생님이 기장을, 박○○ 선생님이 부기장을 맡아주셨다. 어떤 멤버가 기장이라는 호칭 때문에 비행기가 연상된다고 하자, "그럼 채비플레인(plane)을 날리자"고 하니 모두 웃었다. 어쩌면 누군가는 우리가 그렇게 날아오를 거라 믿는 것 같기도 하다.
사례 공유 시간도 있었다. 최근 (가칭)은평채비사업단의 경과를 이○○ 선생님이 들려주셨다. 1기 중 가장 많은 멤버가 소속되어 있기도 하고, 활동력도 좋고, 별별곳간이라는 좋은 공간도 있다.
최근에는 강의를 준비해서 지역 주민들을 만날 준비도 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라 아직 막연한 것투성이지만, 원래 위대한 것들의 시작이 그렇지 않았을까!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지만 부담감보다 솟아오르는 기대를 억누를 수는 없다.
1기 채비플래너 다음 모임은 6월 24일 저녁 6시 별별곳간에서 열기로 했다. 공간 채비 이후 잘 만들어진 아름다운 추모공간이 될 것 같다.
내가 살고 활동하는 지역에서 이웃들의 마지막을 전문가로서 돌보는 채비플래너가 공동체로 잘 성장해나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