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고 비우고

채비 이야기

2026.02.12 00:00

이루가 본 죽음

 정설아 | 사회평론주니어


지난여름, 이루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를 잃었다. 어학연수를 떠나 있던 이루는 아빠의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빠의 죽음이 거짓말이라는 듯 가족들은 아무런 동요 없이 삶을 이어간다. 엄마는 매일 취미 생활을 즐기느라 바쁘고, 형은 밤새 게임을 하고 늦잠 자기를 일삼는다.

형 말에 따르면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엄마가 몇 번이나 기절을 했다는데, 요즘의 엄마를 보면 그 말마저도 거짓말 같다. 문제는 정작 이루 자신도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말수가 적어진 이루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이루는 그저 괜히 아빠 이야기를 꺼내 가족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트라우마는 오히려 그날 이후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된 엄마에게 생긴 것 아닐까? 아빠의 죽음 앞에서도 덤덤하기만 하던 이루의 눈앞에 어느 날, 죽었던 아빠가 살아 돌아왔다.

아빠는 자신을 죽었다 살아난 귀신, 이른바 ‘죽살귀신’이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저승사자의 손을 놓쳐 이승으로 돌아오게 된 것 같다는 아빠는 가족에게 돌아가는 대신 죽음의 문이 있는 바다 깊은 곳으로 떠나려고 한다. 이루는 그런 아빠에게 섭섭한 감정을 느낀다. 아빠는 우리와 함께 지내고 싶지 않은 걸까? 어떻게 해서든 아빠를 붙잡고 싶지만, 아빠는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이루는 아빠와 함께 바다로 향하기로 한다.

이루는 아빠와의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아 간다. 아빠를 고향인 여수 바다까지 데려가기 위해 1년 만에 처음으로 엄마에게 무언가 하고 싶다고 말하고, 아빠와 단둘이 기차를 타고 평소 싫어했던 구례 고모네로 향한다. 이루는 바다로 향하는 길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아빠와 하나도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구례 고모에게서 닮은 부분을 찾아내고, 오랫동안 존재를 잊고 있던 할머니의 병원을 방문하고, 아빠의 오랜 친구인 동우 삼촌의 집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루는 이 시간을 통해 ‘아빠는 어떤 이유로 내 앞에 나타났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여행의 끝에서 이루는 그동안 숨겨왔던 마음을 내보인다. 이루가 마음을 말할 때, 굳게 닫혀 있던 이루의 세상이 열린다. 그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루 자신이다. 죽음이 무엇인지, 죽고 난 이후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아마 영영 밝혀지지 않을 이 ‘미지의 세상’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발췌)

‘메멘토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이며, 삶과 죽음에 관련한 문화 컨텐츠를 소개합니다


 

  • 공유링크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