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고 비우고

채비 이야기

2026.05.15 00:00

[24%의 기적]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장례하기


채비플래너 2기 기본 마지막 과정에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 분이 말했다. 앞으로는 ‘깡’을 가지고 채비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겠다고. 나도 장례에서 좀 ‘깡다구’를 부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재택임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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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장소를 논의하는 공공의 장에서 ‘자택(自宅)임종’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그런데 ‘자택’이라는 단어는 소유를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월세방에서의 임종은 누군가에게 불편한 일일까? 편안한 죽음이 집을 소유한 사람만의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채비플래너 김수동 선생님으로부터 네덜란드의 ‘임종의 집’ 사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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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외곽의 작은 마을 나르던(Naarden)에는 ‘베이나 타위스 하위스(Bijna Thuis Huis)’라는 공간이 있다. 직역하면 ‘거의 집 같은 곳’이라는 의미다. 이곳은 호스피스도 병원도 아니며,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임종의 집’이다. 자원봉사자들이 24시간 곁을 지키고, 가족들은 눈치 보지 않고 머물 수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의료기기 대신 창밖의 편안한 풍경을 바라보며 소중한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낸다. 현재 네덜란드 전역에 이런 곳이 200곳이 넘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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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가. 많은 사람이 요양병원의 복도에서, 응급실 침대 위에서, 가족들과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집에서 죽고 싶다는 말은 여전히 가족들에게는 큰 부담이고, 집주인에게는 불편을 끼치는 일로 여겨진다. 몇 년 전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나라의 비참한 병원 임종 현실을 본 적이 있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를 6인실 병실에 두었는데, 새벽에 그분이 돌아가셨다. 유족은 울지도 못하고,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들은 꼼짝도 하지 못하는 기괴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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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기필코 ‘임종의 집’이 있어야겠다고. 소유하지 않아도, 넓지 않아도, 마을 한가운데에서 낯익은 사람들과 함께, 돌봄을 받으며 평안히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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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이 멈추는 노년과 죽음의 시간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못난 시대정신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도 없고, 쓸모없는 순간도 없다. 오히려 삶은 죽음과 뒤엉킬 때 비로소 찬란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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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닿을 만한 곳마다 임종할 좋은 장소를 마련하자. 사람들이 첫 출근을 하면서, 학교에 가면서, 생일 파티에 가면서도 장례식장과 무덤을 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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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코스피 1만보다 더 나은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오늘도 깡다구를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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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욱 채비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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