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고 비우고

채비 이야기

2025.05.27 00:00

돌고 도는 삶과 죽음 속에 연결된 우리


사냥꾼의 죽음/ 세연 (지은이),김주경 (그림)/ 다림


어느 봄날, 나비가 꽃이 내어주는 꿀을 받아먹었다. 다시 날갯짓을 시작한 나비는 그만 거미줄에 걸리고 말았다. 굶주린 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잡아먹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새가 거미를 낚아채 새끼들에게 먹였다. 그렇게 죽음은 또 다른 삶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꾼이 호랑이를 사냥했다. 사냥꾼은 호랑이의 가죽을 벗겨 깔개로 쓰고는 죽은 호랑이를 들판에 버렸다. 호랑이의 죽음은 사냥꾼의 생명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긴 세월, 사냥꾼은 다른 생명의 삶과 죽음을 마음대로 결정했다. 마침내 시간이 흘러 사냥꾼에게도 죽음이 찾아왔다.

<사냥꾼의 죽음>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자연으로 돌아가 자신이 살면서 받은 희생을 돌려주는 어리석인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냥꾼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 맞춰지는 생태계의 균형을 깨트리며 살아왔다. 과연 인간의 힘으로 생명의 고리를 끊고, 마음대로 동물들의 삶과 죽음을 결정해도 되는 것일까?

자연의 법칙 앞에서 사냥꾼의 총구는 아무런 힘이 없다. 시간이 흘러 사냥꾼에게도 죽음이 찾아왔다. 사냥꾼이 묻힌 곳에 꽃과 풀이 자라고 동물들이 모였다. 죽는 순간까지 다른 생명을 아낄 줄 몰랐던 사냥꾼은 흙으로 돌아가 다양한 생명체의 터전이 되어 주었다. 이는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분임을 실감하게 한다. 낮은 자세로 우리보다 작고 약한 생명체를 돌아보게 한다.

이 지구상에서는 여러 삶의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는 다양한 존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생명은 돌고 돌아 푸른 싹으로, 아름다운 나비로, 자유로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생명조차 자연이라는 큰 그물망 속에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 책을 통해 나와 연결된 다른 생명체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메멘토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이며, 삶과 죽음에 관련한 문화 컨텐츠를 소개합니다

  • 공유링크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