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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비리포트] 지구 살리는 친환경 장례 이야기
- 2025.06.24 채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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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고인의 유골을 산과 바다 등에 뿌리는 산분장이 합법화됐다. 산분장은 국내에서 실현 가능한 가장 친환경적인 장례법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민 10명 중 7명(72.8%)이 산분장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서는 산분장(22.3%)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화장(34.6%)과 수목장(3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작년까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이 허용하는 장례법은 매장과 화장, 수목장에 한정됐다. 매장은 고인의 시신 그대로를 땅 아래 매립하는 것이고, 화장은 불로 태워 가루가 된 유골을 시설에 모시는 방법이다. 2008년 도입된 수목장은 화장 후 유골을 관이나 유골함 대신 흙과 섞어 지정된 나무 아래 묻는 방식을 말한다. 올해부터 허용된 산분장은 유골 모시는 장소를 산과 바다 등으로 확대한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수목장이나 산분장은 고인의 시신을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점에서 친환경 장례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시신을 불로 태우는 화장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친환경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보건복지부 화장률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화장률은 90.5%에 이른다. 장례 10건 중 9건은 화장을 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신을 고열로 소각하는 과정에서 각종 오염물질과 악취가 발생한다. 에너지 소모량도 상당하다. 실제로 시신 1구를 화장하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160㎏에 달한다고 한다. 화장장이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이에 해외에서는 발 빠르게 화장 대신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장례법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장례법 세 가지를 알아보자.
수분해장(水分解葬)은 알칼리 가수분해 공정을 이용해 시신을 액체로 바꾸는 장례 방식이다. 바이오화장(Bio cremation), 그린화장(Green cremation), 레조메이션(Resomation), 아쿠아메이션(Aquamation)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고인의 시신을 95%의 물과 5%의 알칼리성 용액이 들어 있는 스테인리스 용기 안에 넣은 후 고열로 가열 및 순환시킨다. 약 6시간이 지나면 뼈를 제외하고 모두 분해돼 완전 멸균된 액체로 바뀐다. DNA와 RNA는 물론, 각종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까지 제거된 유골은 땅에 묻거나 바다에 뿌려도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수분해장은 화장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불 없이 전기만 사용하는 데 전력 소비량이 화장의 25%에 불과하다. 모든 과정이 수중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악취가 없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제로에 수렴한다. 수분해장으로 발생한 액체는 완전 멸균된 상태로 미국에서는 안전등급수로 인정되고 있다.
수분해장이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은 것은 2022년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가 “친환경적으로 화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면서다. 그의 뜻대로 장례는 수분해장으로 치러졌고, 이를 계기로 유럽 등지에서 수분해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캐나다, 남아프리카, 영국, 미국 일부 주 등에서는 이미 도입돼 안착하는 추세다. 갈수록 시신을 매장할 땅이 부족해지는 데다, 기존 화장법은 온실가스 등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큰 탓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부터 반려동물 장례에 한해 수분해장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분해장 관련 동물장례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먼저 동물에 대한 수분해장 합법화로 대중적 인식이 개선된 이후 점차 사람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온 해외의 선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퇴비장(堆肥葬)은 풀과 나무, 미생물 등을 이용해 시신을 한 줌의 흙으로 돌려보내는 장례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휴먼 퇴비장(Human composting burial), 테라메이션(terramation) 등으로 불린다.
고인의 시신을 톱밥과 목초, 버섯 균사체 등이 들어 있는 밀폐된 공간에 넣은 후 특수 장비로 탄소와 질소, 산소 등을 주입시킨다. 이는 부패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최소 8주에서 최대 12주가 지나면 뼈를 제외하고 모두 분해돼 한 줌의 흙으로 바뀐다. 마지막 3일간 내부 온도를 55도 정도로 유지하면 각종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 오염물질이 제거된다.
퇴비장은 매장 시 시신의 자연분해 과정을 압축적으로 진행하는 데다, 밀폐된 공간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없다. 매장과 달리 관이나 묘지 등이 불필요해 장례비용도 적게 소요된다. 분해 과정에서 오염원이 모두 제거되므로 이름처럼 텃밭에 거름으로 사용하거나 공원과 숲 등에 뿌리면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퇴비장은 2019년 미국 워싱턴주에서 처음 도입한 이래 오리건, 콜로라도, 버몬트, 뉴욕주 등에서 시행 중이다. 조지아주는 2025년 7월부터, 캘리포니아주는 2027년부터 퇴비장을 공식 허용하는 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장사법 개정으로 2025년 1월부터 산분장이 가능해졌다. 산분장은 유골을 흙과 섞어 자연 공간에 안치하는 장례 유형으로, 현재는 화장 후 유골을 땅에 묻는 방식만 가능하다. 앞으로 퇴비장이 도입되면 산분장 취지에 어울리는 친환경적 장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빙장(氷葬, Promession)은 액체질소를 이용해 시신을 동결 건조시켜 가루로 만드는 장례 방식이다. 고인의 시신을 영하 197도의 액체질소가 담긴 진공 상태의 탱크에 넣은 후 진동을 가하면 1분 이내에 모든 세포가 가루로 부서진다. 이 가루를 동결 건조시켜 수분을 걸러내면 우리가 아는 유골이 남는다.
빙장은 다른 친환경 장례법인 수분해장이나 퇴비장과 비교해 소요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처리 과정에서 질소와 수증기만 조금 발생할 뿐 이산화탄소 같은 환경오염 물질은 생기지 않는다. 화장과 비교해 전력 발생량도 25% 수준에 불과하고, 빙장 과정을 거친 유골을 땅에 묻으면 6~12개월 내 자연 분해되므로 친환경적이다.
반려동물의 친환경 장례를 위해 고안됐다가 사람에게로 범위를 넓힌 수분해장과 달리, 빙장은 처음부터 사람을 위한 친환경 장례법으로 출발했다. 1999년 스웨덴의 생물학자 수잔 위그매삭은 탄소 배출 없이 시신을 자연으로 빠르게 돌려보내는 방법으로 빙장을 개발했다. 불이나 고열, 고압 등의 과정 없이 동결 건조 기술을 사용해 체내 탄소 함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빙장은 현재 스웨덴과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시행 중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도 2008년 빙장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제출된 바 있다. 그러나 액체질소의 생산과 사용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하고, 시신을 얼려 부순다는 점에서 부정적 인식이 높아 법안 통과는 무산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프랑스와 독일 등지의 빙장 스타트업들이 가격 효율화와 인식 개선에 나서며 빙장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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